본문 바로가기
보고, 느끼는 것

문득 문득 생각나는 헤어짐에 대하여

by 피어나용 2023. 3. 1.
반응형

 

 

 


 

헤어진 지 딱 1년이 지난 것 같다.

너무 갑작스러워 며칠인지 기억 못 하지만,

2월 이쯤이었으니까.

 

 

2주 전

엄마와 비슷한 내용으로 실랑이를 하며,

문득 생각났다.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었기에

버스를 타다가,

남산을 오르다가,

이따금 문득문득 생각난다.

 

 

아직 많이 생각나고,

외롭지만

그래도 잘 헤어졌구나 싶다.

 

 

그러다 임시저장해 놨었던,

작년의 마음들을 옮겨서 발행한다.

 

 

 

 


 


오랜만의 주절주절.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하면 나아질 것 같기도 하는 요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결국 

"푸~~~~~~욱" 

가라앉았다고 말하고 나선 

친구랑 같이 웃어버렸다. 

 

별것도 아닌 거에 한껏 행복해지고, 

또 상처받고 반복하는 게 일상인가 보다.


사실 한창 계획 많고

이제 나아가는 단계라 

이것저것 부풀어 오를 때 

 

바늘로 찔린 것처럼 

힘없어졌던 날이 몇 달째. 

 

잡을락 말락 하면 

손에 든 모래처럼 스르륵 빠져나가 

 

저번주는 정말 누가 머리채 잡고 

진흙으로 빠져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자꾸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누가 밀어버린 기분. 

 

진짜 혼자라서 혼자인 게 아니라 

정말 혼자가 된 기분.

 


사실 별다를 건 없는데 

걱정한다고 나아질 건 없는데 

결국 내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올해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가고

느끼는 게 정말 많아진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들에 집중해보려 한다. 

아니 내가 뭘 사랑하는지도 알아가는 중.

 

그리고 

아낌없이 표현하기로 다짐했는데 

생각보다 쉽진 않다ㅋ 

 

어쨌든 20여 년간 

싫은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은 사랑하는 것들에 더 사랑해 줘야지.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아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어서 

이런 말을 해주는구나 온전히 느낄 때. 

 

그래!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하는구나!

 

정말 백 마디 말보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더 와닿음을.. 

그 시간은 온전히 내 것임을.

 


나도 느끼지 못한 감정을 헤아리며 

말 한마디의 무게가 느껴질 때. 

 

내가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담아 

조심스럽게 말해줄 때. 

 

생각보다 많은 위로와 걱정. 

생각지도 못한 챙김에 감사함을 느낄 때. 

 

내 생각보다 잘 살았구나. 

 

그래 이것보다 못한 

감정에 목메어있었구나.., 

아프지만 싫다고 하는 사람한테 

뭘 더 해.

라는 말이 깊어질 때.


맨날 칼 같다고 말하면서도 

끝끝내 못 버릴 때 

그게 나인걸 주변에서 알아갈 때. 

 

그럼에도 있어 

그게 나인걸 알아주는 사람을 만날 때.


참 무수한 감정이 지나간 두 달이었다. 

사실 그냥 그렇게 넘기려 했었는데, 

넘기고 넘기다 보니 

그런 시간들이 다 나한테 와서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분노가 나를 향할 때 

짜증이나 불평보다 

가슴에 바위가 얹어진 듯. 

길게 숨을 내쉴 때가 되어서 깨달았다.


어쨌든 나에게 힘이 되어줬던 

장면을 기억하고자 적은 거였는데,


지하차도 앞에서 힘내라고 

서로 폭 안아주던 밤, 

 

나보다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헤아려준 언니,

 

아무 말 없이 집에 오겠다며

먼 길 와준 친구, 

 

바다 건너 힘들 텐데 와준 친구,

 

나보다 더 열불 나 했던 친구,

 

사실 뭐가 뭔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던 나날들이었는데 

다채로운 감정들이 채워졌다.


그래도 역시 파도처럼 반복된다. 

아직 일 년은 그럴 거야 생각해도. 

 

근데 오늘 날 울린 건 

생각지 못한 사람에게서 

낯선 향을 느꼈기 때문. 

 

차마 연락은 못하겠고 

사진방에 들어가니 

3천여 장이 남아있었다. 

 

진짜. 진짜. 

우리 너무 자연스럽게 있었구나. 

너무 자연스러워서 소중한 줄 몰랐구나.

 

 

 

 

 

이제 지우면 아무것도 없어서

못 지우겠네

 

카톡 게시판이 쓸때없이 기능이 좋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