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조금 전, 연봉 협상이 있었다. 사실 연봉 협상이라는 말은 무색하게도 통보에 가깝지만. 그래도 해가 바뀌기 2주 전에 알려준다는 것에 감사히 여겨야 될까? 음... '어쨌든 뭐 주는 대로 받아야지' 들어갔기에 연봉표가 눈앞에 놓여있어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분이 미안한 표정(내 시선에서만 그럴 수도)으로 애써 설명하기 시작했다. 24년도 연봉이 책정된 이유를.
무언가에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 체(알기 위해 적어보는 중) 들을수록 근본적인 원인은 나라는 사람 자체에 있는 것 같았다. 들은 내용을 적어보자면.. 이제 본인의 업무 내용을 익히기 충분한 시간이 흘렀고, 혼자 다 할 수 있음에도 아직 자잘한 실수는 많이 보인다. 하지만 회사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시말서를 쓰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 (너무 불안해 보였나?) 어쨌든 꼭 하고 싶었던 말은 여기서 연봉이 1~2% 더 오를 수 있었음에도 이만큼 그쳤다는 것. 또 이 정도 나이를 먹으면 눈에 보이는 게 있는데.. 어떤 사람인지, 회사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런 점에 있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열정이 아쉽다. 아직 젊으니까 비단 회사일 뿐만이 아니라더라도 어딜 가서든지 열정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어떤 일이라도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작년 10월즈음부터 계속된 고민이었다. 주변에는 가을을 탄다 표현하곤 했지만, 어떤 허무도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나한테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근 30년 가까이를 외면하다 이제 깨달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 듯. 자기 방어적인 것인지, 완벽주의인 것인지, 열정이 생기는 일이 딱히 없다. 열정은 무엇으로 정의될까? 쉽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할수록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마냥 불안하고 두렵기만 하다. 그마저도 재미있었던 돈모으기에도 흥미를 잃었다. 작고 소중한 연봉이어도 모으는 것만큼은 잘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모으는 걸로는 어림도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가끔은 나보다 더 안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사람만 찾으며, 그것을 위안 삼아 살아가는 걸까? 생각도 해보았다. 더 나은 미래보다 자꾸 현실에 안주.. 아니 더 밑으로 파고드는 나 자신을 돌이키면 답답하다.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어떤 삶을 그려나가고 있을까?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확히 내가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을 찾는 새로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몇 주 전에 써놨던 글이라, 지금은 나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것들 포스팅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자꾸 남의 삶과 비교하는 자신에 지쳐있으면 행복한 사람, 타샤튜더 책을 추천드린다.
어제 나는 불평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정확히 나를 간파당해 화는 나지만, 해결책보다는 환경 탓을 하는 지루한 반복 속에 무슨 알고리즘인지? 아니, 나중에 볼 동영상에 저장해 놓았던 YouTube를 뭐에 홀린 듯 아침 준비하다 틀었다. 썸네일 제목은 <안 물어보는 게 100배 나은 질문들>이었는데, 웬걸..? 어제 회사에서 보일 수 있는 열정이 무엇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일단 회사가 굴러가는 구조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회사를 받아들이고 나에게 이득이 되도록 활용하지 못했다. 애써 그런 척을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주는 것만 다 받아먹는 것이 당연한 생활을 너무 오래 해왔다. 게다가 조그만 행동에도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점이 아쉽고, 꼭 고칠 것이다!
동영상을 봤다고 똑같이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회사 직원 분 들 중에 한 명을 멘토 삼아 그분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따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점점 시야를 넓혀서 다른 사람들이 행동을 관찰해봐야지..
다시 며칠이 지나, 회식자리에서 그 열정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니는, 업무를 대하는 태도를 말했던 게 아닐까? 술 한잔을 걸친 회식자리에서는 좀 더 솔직한 말들이 오고 갔다.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역량이 보인다고, 다 안보는 것 같아도 보고 있다는 공통된(이정도면 진부한..) 말을 듣고.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일을 잘한다 평가받는 분은 일을 더 맡겨서 성장시키고 싶은 사람이라 평해졌다. 그 소리를 듣는 본인의 태도도 덤덤해서 되게 신기해 보였다. 말 수가 적고 개인적이지만, 자기 할 일을 꼼꼼히 잘하다 보니까 사장님 눈에도 한없이 귀여운 사람이 되고 있었다.
그런 시선들이 나에게 향할 때 무섭다. 오늘도 그분께서는 열정을 강조! 하시며, 첫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보다는 여러 군데를 다녀보는 것이 중요하고 추천한다고 하셨다. 내 옆자리에 앉아계셨던 분은 상사가 무언가 요구할 때, 그것에 대한 다음 답변까지 미리 갖춰져 있어야 하고, 자꾸 무언가를 놓치는 것 같으면 데일리, 위클리, 먼쓸리별로 정리해 보라고 팁을 주셨다. 반면, 회사 구조 특성상 열정을 드러낼 일이 없다고 하셨지만, 그만큼 편하게 다니고 있지 않냐~ 그리고 업무특성상 여러 분야에 지원할 수 있으니, 다른 곳에도 도전을 많이 해보라고 권해주셨다.
복잡한 머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슬며시 꺼냈다. 가만히 듣더니 열정이 없어 보이기보다는, 너의 기본값으로 보인다며, 다만 어떤 대답을 할 때 부정적인 요소로 보일 수 있는 점들을 배제하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오늘 회식자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을 관찰하기로 했었기에 인상 깊었던 점을 적어보자면.. 평소에 욕심 많다(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상사 눈에는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는 평을 받는 분이 누가 봐도 인위적인(진심 아니지만 겉포장만큼은 잘된)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에 놀랐는데, 그 태도가 진심인지 인위적인지 헷갈릴 정도로 당당히 표현하고 계셔서 어색한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았다. 그렇게 분위기를 휘어잡는 게 대단해 보였다. 정반대로 어떤 분은 본인 이름이 거론되어야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제스처를 취함에도 사내에서는 인정받는 분위기라 신기했고, 또 다른 분은 돌아다니면서 평소에 좋았던 점을 표현하고 계셨고, 술을 너무 많이 먹어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고 계시는 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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